일요일 오전 6시반 팰러타인공원국이 운영하는 팰콘레크리에이션센터에는 차가운 공기가 감돈다. 하지만 이 실내경기장은 곧 한인들의 열기로 후끈거린다. 이른 아침부터 실내축구를 위해 한인들이 하나 둘씩 모인다. 하지만 일반 축구클럽과는 약간 다른 모습이다. 선수들의 연령이 다소 많아 보인다.
지난 11월부터 4월까지 겨울철 실내축구를 하는 이들은 시카고OB축구클럽(회장 박성환) 소속이다. OB클럽이기 때문에 회원들은 50세 이상이다. 하지만 꼭 나이가 차야만 함께 공을 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 김정희씨와 함께 나온 김태원(글렌브룩사우스고 2학년)군도 아버지뻘 되는 선수들과 뛴다.
이들이 OB클럽을 만든 것은 8년 전. 주로 다른 축구팀에서 활동하다가 나이가 맞는 사람들끼리 의기투합해 OB클럽이 생겼다. 기존 축구클럽에서는 35세 이상은 장년팀으로 분류되는데 아무래도 나이가 많아지면서 비슷한 연령대의 선수들이 모이게 됐다. 세월의 한계를 느끼면서 동지를 만난 셈. 하지만 열정만큼은 젊은 선수 못지 않다. 순발력이나 지구력은 청년들에 비해 떨어질지 몰라도 이들에겐 연륜이 있다. 노련하게 공을 좇으며 힘들이지 않고 공을 차는 스타일이다.
팰콘레크리에이션센터는 보통의 실내 축구장보다 규격이 큰 일반축구장의 2/3 규모다. 또 아이스하키장과 같은 벽이 없다는 점도 다르다.
박성환 회장은 “현재 회원은 30명 정도로 매주 3팀으로 나눠 자체 시합을 하고 있다. 회원은 50대 이상이 대부분이지만 20대 미만도 있다. 꼭 나이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다”며 “아버지, 삼촌과 함께 축구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본다. 처음 축구를 시작하는 사람도 있어 누구나 부담없이 축구를 즐기고자 한다”고 밝혔다.
공인 축구심판 자격증을 보유한 박만석씨는 “나이 때문에 다른 축구팀에서는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망설이며 축구를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 팀을 보면 50대 이상도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OB축구클럽은 실력도 인정받았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열린 한민족축구대회 해외팀 부분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미주체전에서도 1위에 올랐다.
박 회장은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1시간 반정도 사람들과 함께 공을 차다보면 나도 모르게 활력을 느끼게 된다.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그만큼 기분 좋은 일도 없다”며 “축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환영한다”고 말했다.
박춘호 기자 polipch@koreadaily.com
[시카고 중앙일보 펌 : 기사링크 https://news.koreadaily.com/2014/01/31/society/generalsociety/2297304.html]
